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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클레이모어(CLAYMORE)

까치 2008.11.06 23:57 조회 수 : 4651

 
요마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인간의 내장을 파먹는 요마는 공포의 대상이었지요. 그래서 거액을 받고 요마를 퇴치해주는 정체 불명의 조직이 생겼습니다. 조직에서 요마를 퇴치하는 일은 반인반요의 여성 전사 클레이모어가 전담했고 이들은 소중한 사람을 요마에게 잃은 경험이 있어 요마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반인반요 실험을 거쳐 살아남은 클레이모어들은 눈동자가 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은빛 눈의 마녀'라고도 불리며 이들 역시 실험의 부작용으로 부상이 심하거나 이성을 잃을 경우 요마로 각성합니다. 요마를 처단한 힘을 얻기 위해 반인반요가 됐지만 자신들도 그 저주받을 힘의 표적이 된 것이지요. 이들은 연약해 보이는 여자의 몸이지만 대검 클레이모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오늘도 증오의 대상 요마를 척살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클레어 역시 요마 척살만이 삶의 목표였습니다. 한 마을에서 라키라는 소년을 만나기 전까지는...

엔젤전설이라는 독특한 학원물을 그린 야기 노리히로(八木敎廣)가 2005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작품으로 현재 단행본 12권까지 나왔습니다. 전작의 코믹함은 찾아볼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의 판타지물이지만 베르세르크와 같은 비장미는 느껴지지 않더군요. 아니,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같네요.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울부짖는 캐릭터들을 봐도 가슴이 아프거나 슬퍼지지 않았고 피가 튀고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데도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요마를 죽이기 위해 열심히 뛰는 주인공을 보면서도 왜이리 전투 스피드감이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욕설을 내뱉는 캐릭터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봐도 별다른 증오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원인은 작화. 중반이후부터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단행본 1권을 보면 등장 캐릭터 표정이 딱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노려보는 표정과 입을 딱 벌리고 놀라는 표정. ㅡㅡ; 여기에 컷과 컷을 연결하는 동작이 매끄럽게 처리되지 않아 격렬한 전투 장면도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칼을 들고 돌진하는 장면 바로 다음 컷에 요마가 절단나 있는 생뚱맞은 장면도 가끔 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와 배경을 모두 세밀한 선으로 표현하려고 해서 그런지 컷들이 대부분 횡해 보이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 2권까지 보고 그림과 전개 방식이 맘에 안들어 때려치울까 했는데 그로테스크한 요마 디자인에 눈길이 가 죽 봤는데 다행이 중반을 넘긴 단행본들은 위 단점이 대부분 개선되었더군요.

단점을 먼저 적었지만 재미는 확실합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요괴 퇴치물이야 이쪽에서는 지겹게 다루던 소재인지라 새로울건 없지만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교차시켜 진행하는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고 권수에 비해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도 각자의 개성을 잘 유지하면서 산만하지 않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상급 요마 각성자들의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에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이렇게 다양한 모양의 크리쳐들을 수십개씩 쏱아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크리쳐 디자인만으로도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작품.

TV 애니화되어 4월초부터 방영을 개시했는데 원작의 이미지를 잘 옮겼을 뿐만 아니라 색감이나 작화 퀄리티가 죽음이더군요. 이 퀄리티 그대로 죽 가줬으면 좋겠습니다. 애니 감상은 완결되면 다시 올릴께요. 만화책은 당연히 추천입니다. 이 작품은 중반 이후서부터 진가가 발휘되니 앞 부분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지 마세요.